한은수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커피 한 잔속의 아프리카(3)

아프리카하면 사막과 광활한 대지와 아름다운 자연이 연상되지만 보츠와나-잠비아-짐바브웨에서는 대자연이 선사하는 물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이 가득한 물의 축제를 찾아서 보츠와나로 향한다.

▲ 보츠와나 쵸베국립공원에서 보트 사파리동안 선상에서 커피 한 잔을 들면서…
물의 향연을 따라서

보츠와나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김정 박사가 의술을 펼쳤던 곳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비교적 잘 사는 나라로 평가되며,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에 신선한 충격을 준 나라다. 세계 모든 나라들의 부패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국제 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따르면 보츠와나가 세계22위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55개국 중에서 단연 1위다.

우선 보츠와나 쵸베국립공원에 접해있는 쵸베강변의 우거진 삼림지역을 따라 물의 향연을 시작한다. 쵸베 국립공원은 야생생물의 멸종을 막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1967년 만들어졌다. 보츠와나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야생동물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또한 아프리카에서 ‘코끼리의 천국’이라고 불릴만큼 코끼리가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코끼리의 수는 무려 12만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코끼리 이외에도 다양한 포유동물과 45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며 건기와 우기 모두 가축 떼가 모여드는 야생지역이다.

원래 이 지역의 원주민은 살아있는 세계 문화유산이라고 불리는 ‘부시맨’으로 알려진 유목민 산(San)족이다. 보츠와나 정부는 정착촌을 만들어 그들을 이주시키고 있다. 표면적으론 부시맨 부족의 문명화와 야생동물보호구역을 지킨다는 것이 명분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그 땅에 묻힌 다이아몬드 채광이 이유라고 말한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지역, 쵸베 국립공원지역에 망원경을 휴대하고 보트 사파리에 올랐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더니 서서히 빨라진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에 쏠리며 말없이 손가락으로 무언가 가리킨다.

악어와 하마가 눈에 들어온다. 배가 느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악어는 물속에서 뭍으로 올라와 어슬렁 기어가고, 하마 가족이 소풍을 나와 물 밖으로 코만 내밀고 있다. 좀처럼 물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다. 저 멀리 작은 언덕 모양의 개미집이 보인다. 칼륨과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해서 관절에 좋아 코끼리 등 다른 동물들이 먹기도 한단다.

코끼리가 많다는 유명세를 과시하려는 듯이 한 무리의 코끼리 가족이 물가에 나타나, 아기 코끼리와 어미 코끼리가 장난치듯이 물을 마시고 코로 쓰담으면서 발걸음을 옮겨 지나간다. 코끼리 귀가 유난히 크다. 아시아 코끼리보다 큰 귀를 이용해서 체온을 식히고 더위를 피한다고 한다.

코뿔소는 파리 떼를 쫒기위해 진흙탕에서 버둥거리고, 기린은 긴 목을 굽혀 풀을 뜯는다. 배가 다가가자 깜짝놀라 달아나다 멈춰 돌아보는 임팔라. 자연의 힘이 꿈틀거린다. 자연 그대로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서식지에서 동물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뛰는 일이다.

보트 2층으로 올라가 길게 뻗어있는 강을 바라본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푸른 강 양쪽으로 줄지어 있는 초록 빛 초원. 눈길 닿는대로 천연의 색채로 풍광이 펼쳐져 흘러간다. 평화롭고 느긋하다.

보트 사파리에서는 쿠키와 커피가 제공된다. 가이드가 이디오피아 모카 하라 커피를 준비했다며 한 잔을 건네준다. 해발 2000m에서 3000m의 아비시니아 고원 고지대에서 경작되며, 자연 건조방식으로 정제하여 세계 제1의 커피라고 설명이 장황하다.

이디오피아에서 커피를 수입해서 유통ㆍ판매하는 회사가 춘천에 있다. 아비시니카 커피회사인데 수익금의 일부를 6.25 동란 때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참전한 이디오피아 국가 후원에 보낸다고 한다. 춘천에 사는 나는 덕분에 신선한 원두를 갓 로스팅한 이디오피아 이가체프 커피 맛에 익숙해 있는터라 반가웠다.

하라 커피의 깊은 향이 입과 코로 느껴진다. 싱그러운 과일 향과 풍부한 신맛 가운데 가벼운 흙 냄새가 느껴지는데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냄새는 탁하다기 보다는 쵸베강과 쵸베국립공원 야생자연의 향기가 스며진 듯 신선한 풍미를 더하는 커피 한 잔의 맛이다.

이대로 배가 정박해 버렸으면…

순간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의 한 귀절이 떠오른다. 겨울 쵸베 강변의 숲가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 길이 있다.

(글=한은수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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