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수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커피와 아프리카(1)

‘동물의 왕국, 블랙골드, 축구…’와 ‘내전, 기아, 질병…’ 아프리카 이미지는 이렇듯 신비롭고 낭만적이지만 여행하기에는 아직 불안하고 생소하다. ‘지친 삶 접고 아프리카로…’라는 한 여행사의 홍보문구에 끌려 모든 생각 접고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아프리카로 향했다.

나쿠루호 국립공원

▲ 경비행기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며…(케냐 나쿠루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도착 후 사파리 차량으로 옮겨탔다. 위 뚜껑을 확 열어 제끼고 일어나서 차 내부에서 밖을 내다 볼 수 있도록 개조된 것이다.

약 2시간 30분 가량 차량으로 지구의 고랑이라고 불리는 그레이트 밸리의 장엄한 모습을 보며 이동한다. 에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배경 장소로 유명한 그레이트 밸리는 약 2500만 년 전 시작된 지각 활동으로 생겨났다. 계곡 양쪽으로 치솟아 있는 험준한 절벽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다.

마침내 나쿠루호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사파리하는 동안 나쿠루호 국립공원에서만 차에서 내려서 플라밍고를 감상할 수 있다. 야생동물의 숨결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나쿠루호 국립공원은 나이로비 북쪽 160km 거리에 위치해있으며, 5~30km의 다양한 폭을 가진 알카리성 호수로서 세계 최대의 플라밍고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현재 약 2백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서식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그들의 먹이인 조류를 통제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 62km의 호수는 나쿠루 국립공원 전체크기의 1/3정도를 차지하며, 이곳에는 홍학이외에 300여종이 넘는 다양한 새들도 있다.

호수에 다가갈수록 새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리고 저 멀리 푸른 호수를 가득 메운 선홍빛 물결에 탄성이 절로난다. 호숫물까지 붉게 물들인 홍학떼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연이 선사하는 신비로운 장면이다.

홍학의 아름다운 자태와 핑크빛에 매료되어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는 동안 저 멀리 펠리칸이 날아오른다. 끝없이 연분홍 띠처럼 호수에 늘어서 있는 플라밍고를 보며 영화 ‘Out of Africa’를 떠올린다.

먼 이국 땅 아프리카로 와서 결혼한 카렌(메릴 스트립)은 커피농장을 하겠다던 남편이 사냥에만 몰두하자 혼자 커피농장을 운영하며 험난한 생활이 시작된다. 이러한 가운데 사냥을 하다가 사자를 만나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준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키쿠유족 어린이들의 문맹을 깨우치기 위해서 학교를 세우고 선교사를 고용해 글을 가르치며 그들 마을을 방문하던 어느 날 데니스가 경비행기를 몰고 온다.

데니스가 바로 어제 배운 비행기 조종솜씨로 카렌을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간다. 경비행기 아래로 펼쳐지는 장엄한 대지,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폭포, 떼지어 달아나는 야생동물들, 경비행기가 낮게 다가갈 때 사방으로 흩어져 날개짓을 하는 인디언핑크 빛 플라밍고… 순간 누군가 경비행기를 몰고와 플라밍고를 날개해 주었으면… 어줍잖은 낭만이다.

호숫가의 환상적이고 평온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초원에는 야생동물들이 떼지어 움직인다.

롯지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환영의 노래와 춤으로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뜨거운 물수건과 음료수를 받아들고 체크인하는 동안 호수를 바라본다. 50여 마리 이상의 하마가 물에서 올라와 일광욕을 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하마는 피부가 약해서 물속에서 코만 내놓고 있다가, 아주 가끔 육지로 나와 모래나 진흙더미에서 일광욕을 하기 때문에 전신을 보는 일은 드문 일이다. 하마가 푸~ 푸~하며 내는 아프리카 자장가를 들으며 피로감에 눈을 감았다.

(글=한은수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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