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귀한 존재

 얼마 전 친구 딸의 결혼식이라 오랜만에 기차를 타게 되었다.기차를 타 본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듯 하고 사무실에 출퇴근하면서 자가용만 탔었기 때문에, 게다가 나로서는 강원도를 벗어나는 일이 좀처럼 없기에 10여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친구지만 서울구경에 마음이 약간 설레었다.

 그런데, 사람은 향기에 의해서 기억과 연상이 머리에 강하게 남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장면은 입구에서 연탄불에 밤을 구워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이었다.

 그 군밤 향기가 강하게 끌리면서 자연스레 시선이 가고 만다. 아직도 그 잠깐의 풍경이 나에겐 정겨움에 다시 역을 찾고 싶게 만든다.

 기차를 타고 산과 어우러진 강변 기찻길을 지나며 사색에 잠겼다. 매년 가을이면 딸과 아들과 드라이브도 할 겸 교외로 나가 아무 산에 올라가서 밤을 줍곤 하였는데 올해는 애들이 취업공부에 바쁘다고 얼굴도 마주 할 시간도 그다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매일 출근을 하면 숲 가꾸기 운동으로 산은 나의 일터이다. 그래서 가끔 산은 나에게 고달픈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따스한 햇살 아래 등산을 하고 아이들과 밤도 따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자연의 말 할 수 없는 힘일까? 역앞에서도 산이 키웠는지 사람이 키웠는지 모르는, 별거 아닌 것 같은 군밤 향기도 추억의 향기를 만들어주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며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산에게 감사한다.

 겨울이 되어 많이 건조하다보니 산불로 우리의 소중한 것들이 다치기가 쉽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24시간 긴장하면서 지내기 일쑤다. 그러나 나에겐 감사하고 귀한 존재이기에 지켜주고 싶다.

 힘들기도 하지만 30여년 지금까지 내가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이고, 내가 받은 산으로부터의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긍지를 갖고 업무에 임한다. 

 혹시 적어도 본 기사를 읽는 네티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우리 산을 소중히 가꿔 나가고 지킬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올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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