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월동준비

 날씨가 쌀쌀해지는 이맘때면 모두들 월동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옷장 속에 갖혀 있던 두꺼운 코트를 찾아 손질해 놓는가 하면 어머니는 겨울 내내 가족들이 먹을 김장을 하시느라 분주하다.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겨울잠을 준비하거나 먹이를 비축하기도 한다. 누구든 움츠려들고 껴입기를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그런데 왜 유독 나무만은 푸르고 싱싱하던 잎을 떨어뜨리고 벌거숭이가 되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것일까?

 낙엽이 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나무 내의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나무는 땅에서 흡수한 수분을 잎의 기공을 통해 증발시키는 증산작용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겨울에는 흙이 얼기 때문에 뿌리를 통해 흡수하는 물의 양이 적어지므로 나무는 물을 체내에 보존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잎의 기공을 통해 증발하는 수분의 양을 줄이기 위해 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잎이 넓어 증산작용이 활발한 활엽수의 경우 잎을 달고 있는 것이 훨씬 불리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무는 잎을 떨어뜨릴 시기를 아는 것일까? 이는 일조 시간의 단축과 기온저하가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잎의 엽록소 파괴가 많아져 숨어 있던 크산토필이나 카로틴 색소가 드러나 노란색이나 주황색 단풍이 들기도 하고, 잎의 당분이 기온 저하로 이동하지 않고 잎에 남아 안토시안이라는 색소로 변해 붉은 단풍이 들기도 한다.

 이 시기에 나뭇잎과 줄기가 접하는 부분에 장벽을 만들어 잎을 식물체와 차단하면 결속력이 약화되어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활엽수의 잎과 달리 침엽수의 잎은 사시사철 항상 푸르르다. 그 이유는 침엽수의 잎은 표면적이 작아 증산 작용이 활발하지 않고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하면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침엽수의 잎이 얼지 않고 그대로 겨울을 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겨울이 되면 잎의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 세포의 농도를 높게 해 잎의 어는점을 낮춰 웬만한 추위에는 얼지 않게 된다. 이는 마치 바닷물의 염분의 농도에 의해 어는점이 낮아져 잘 얼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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