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국 화천119안전센터장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국제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에서만 3,0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행기가 충돌하여 수 천 명의 희생자를 낸 그 쌍둥이 건물에서 4만 여명이 안전하게 탈출하였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911테러 당시 국제무역센터에서 탈출한 생존자 Yin Liang은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테러 당일 쌍둥이 건물 중 북쪽 건물 40층 리먼 브라더스사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안내방송도 없고 핸드폰마저 불통이 되어 사무실에 있던 직원 누구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직원들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간파하고 그동안 훈련받았던 대로 비상구를 통해서 피난계단으로 모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33~34층에 이르러 연기가 많이 나오자 선두에 있던 사람들이 일단 행렬을 멈추게 하고 연기속에 계속 더 내려갈 수 있는지 상황을 확인해 본 뒤 사무실에서 물이 담긴 커피포트와 티슈를 가지고 나와 일일이 물에 적셔 나눠주어 코에 대도록 하여 숨쉬는 것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같은 피난계단으로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나오면서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비행기 충돌사실도 일부 알려지면서 일부 동요가 일긴 했지만 계단을 내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은 질서정연하여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졌다고 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선두에서 오른쪽으로 붙거나 정지와 출발을 판단하면 행렬 모두에 메시지가 빠르게 전달되어 마치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10~11층에 이르러서는 피난계단에 몰려나온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더 길고 느려진 행렬은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였고 결국 건물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한 Yin Liang은 대피하는 내내 자신이 건물에서 근무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소방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생존수기를 들으면서 나는 과연 우리나라였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지만 상당히 회의적이다. 우리 소방에서 소방훈련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반응은 아직은 냉소적인 것 같다.

자발적으로 소방훈련을 하려고 하지 않아 소방서에서 지속적인 부탁과 설득으로 훈련을 실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일이 많고 훈련을 해도 실제 상황을 가정한 긴장감이나 진지함이 없어 보여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 우리에겐 소모적으로 보였던 국제무역센터에서 수시로 반복되었던 소방훈련은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악몽의 사고현장에서 많은 인명을 구해낸 것이다. 우리도 911테러의 생존사례를 교훈삼아 소방훈련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조현국 화천119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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