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지키는 민족이 세계를 다스린다

야간열차에 몸을 실어 어둠을 달리면서 지친 몸을 침대에 누웠다.내일은 어디서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편안한 숙소에 들어가 지치고 쳐진 어깨를 기대고 싶었다.

아침 7시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통화에 도착했다. 중국의 열차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통화가 아닌 집안이다. 대기하고 있던 가이드를 따라 전용버스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집안을 향해 달렸다.

우리를 마중 나온 가이드는 지방조선족학교 중학 역사 선생님이다. 방학을 이용해 가이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생님의 봉급으로도 다른 일을 찾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하다는 현실이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의 뒤안길에 있는 서민들을 씁쓸하게 한다.

더욱이 조선족 선생님의 모습에서 애처로움까지 느끼게 했다. 조선족 학교의 류 선생님은 중국에서의 선생님의 위치는 낮은 계급에 속한다고 한다.

월급도 그리 많지 않아 중국정부가 소수민족에게만 인정하는 두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교사 월급으로 두 자녀를 낳고 생활 하려면 죽만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자녀 교육비에 모든 가계경제가 집중되다보니 언제나 다람쥐 채바퀴 굴러가듯 빠듯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류 선생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집안에 들어섰다. 집안은 고구려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광개토대왕비 관리엉망... 보는이로 하여금 서글픔 앞서

고구려 역사의 가장 위대한 왕이 잠들어 있는 광개토대왕비는 그 웅장함과 섬세하게 새겨진 글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광개토대왕의 안식처는 멀리서 보아도 풀 숲 사이로 하얀 속살이 드러나 있고 관리도 엉망인 채로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어 순간 서글픔이 앞섰다.

한국인, 우리 동이족의 위대한 왕의 안식처가 한낱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버린 어느 고인의 무덤인양 방치돼 있는 모습이 우리 민족의 무능함을 야단치고 있는 듯 하다. 광개토대왕이 안치된 석실은 왕과 왕비가 나란히 누워 있을 수 있도록 두 개의 넓적한 돌이 자리하고 있으나 현재 대왕과 왕비의 관은 찾아 볼 수 없다.

광개토대왕능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왕이 중국 정부에 의해 이처럼 초라하게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중국정부에 대한 원망이 들기도 했다. 한국인의 위대한 왕을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에 분개했다고 할까?

잡초와 하얀 속살을 드러낸 광개토대왕능을 뒤로 한 채 장군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군총은 고구려의 대표적인 왕 가운데 남방정책으로 세력을 확장한 장수왕이 자리한 안식처다. 장수왕의 능이 장군총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은 중국인에 의해 정해 졌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장수왕의 크고 웅장한 무덤을 보고는 고구려의 어느 큰 장수가 잠든 것이라고 믿고 장군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장수왕의 능은 고구려인의 슬기와 지혜가 잘 나타나는 석실무덤으로 네모난 돌들로 무덤을 올렸다.
네모난 돌들을 올릴 때 돌이 밀려나지 않게 하기 위해 각 돌에 홈을 파 윗 돌들이 밀리지 않게 했으며 높이는 30여미터에 이른다.

또 사면의 각 면마다 3개의 주춧돌을 세워 내부의 힘에 돌들이 밀리지 않게 힘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뒷 면의 세 주춧돌 중 하나가 유실돼 일부 돌들이 밖으로 밀려나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장수왕의 안식처가 붕괴될 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유적지 관리 대책 한국정부가 나서야

우리 민족의 옛 성지에 자리잡은 역사유적지에 대한 관리가 좀 더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마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영토에 있다고 해서 한국정부가 가만히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역사학자나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 뿐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민족의 우수성은 역사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이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와 미래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나온다고 본다.
역사를 지키는 민족, 역사를 지킬줄 아는 민족이 세계를 다스린다는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민족은 역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고 정부는 이를 충분히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말만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고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역사속에 나타난 우리 조상들의 역사관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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