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강원대 교수, 기존 방식보다 생산량 4배 늘려

▲ 강원희 강원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인 ‘블랙 아이보리 커피’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춘천=참뉴스】정광섭 기자 = 강원대학교는 농업생명과학대학 원예과학전공 강원희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인 ‘블랙 아이보리 커피(Black Ivory Coffee)’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일명 ‘코끼리똥 커피’로 불리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별명에서 유추하듯 코끼리의 배설물에서 골라낸 원두로 만든 커피로,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걸러 만들어내는 ‘루왁 커피’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이 커피 생두는 코끼리의 위를 통과하면서 커피의 쓴 맛을 내는 단백질 성분이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코끼리똥 커피’는 쓴 맛이 거의 없이 달콤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코끼리똥 커피’는 1㎏에 1800달러(약 200만원)의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원두 7~8g에 에스프레소 한 잔이 추출된다고 가정했을 때, 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은 약 17달러(약 1만8000원) 정도이다.

이번에 강 교수가 개발한 생산기술은 기존의 생산방식을 개선해 생산량을 4배 가량 늘렸고, 강원도 고성군의 해양심층수 미네랄을 활용해 커피생두의 품질도 향상시켰다.

캐나다 출신 블레이크 딘킨(Blake Dinkin)이 개발한 기존의 생산방식은 커피열매를 말린 후 사탕수수, 바나나 등과 섞어 코끼리에게 먹여 얻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코끼리는 말린 커피 열매를 소화시키지 못해 커피 생두가 으깨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배출된다.

그러나 코끼리는 사람들이 찾기 힘든 곳 또는 강물에 배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끼리똥 커피’는 코끼리에게 33㎏의 커피 열매를 먹여야 단 1㎏의 원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생산량도 20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강 교수의 새로운 생산 방식은 커피 열매의 과육부분을 제거한 생두를 사탕수수, 바나나 등과 섞어 코끼리에게 공급했다. 이를 통해 생두 외벽의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되고 쓴 맛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커피 원두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가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코끼리똥 커피’는 강 교수가 3년간 해양심층수의 미네랄을 이용해 재배한 커피열매로 만들어져 생두 자체의 품질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BK21플러스 사업과 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8년 ‘코끼리똥 커피’의 새로운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지난 2월 네팔 현지에서 시험 생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국내 백화점과 제품 생산ㆍ공급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며, 미국, 독일, 중국 등지의 바이어로부터 가격과 공급량 등에 대한 문의와 협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희 교수는 “마치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설레는 마음을 갖는 것처럼, 코끼리의 몸 속에서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다고 꿈꾸는 커피 씨앗의 행복을 담은 의미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커피’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며 “커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코끼리와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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