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겨릿소 밭갈이소리 전승보존회, 올해 첫 겨리질

▲ 31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내촌면 동창마을에서 홍천겨릿소 밭갈이소리 전승보존회 밭갈애비가 겨릿소를 이용해 겨리질을 하고 있다. (사진=전상범 문화활동가)
【홍천=참뉴스】정광섭 기자 = “이랴, 윗골로 올라서거라! 어서 가자, 이랴!”

‘홍천겨릿소 밭갈이소리 전승보존회’(회장 조성근. 이하 홍천겨릿소보존회)가 지난 31일 홍천군 내촌면 동창마을에서 전덕재(77)옹의 겨릿소로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첫 ‘보내미’를 전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촌에서도 트렉터와 기계화에 밀려 이미 사라진 옛 모습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는 전 옹은 요즘 보기 힘든 옛 마굿간에 아직도 코뚜레를 한 소를 키우며 평생 농사를 지어온 전형적인 시골 농부다.

전 옹뿐만 아니라 이부원(76)씨, 조성근(62)씨, 전석준(65)씨 등 홍천지역 곳곳의 10여명은 홍천 겨릿소 농경문화를 계승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8일 홍천겨릿소보존회 모임을 자발적으로 창립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은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겨우내 외양간에서 쉬었던 소의 건강상태도 점검하고, 밭의 무름이나 해동상태를 점검하는 ‘보내미’로 올해 첫 겨리질과 겨릿소리로 봄을 시작했다.

안소와 마라소는 첫 겨리질에 숨을 몰아쉬고, 밭갈애비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어 얼굴에 비오듯 땀을 흘리며 겨릿소리를 한다. “이랴~ 어서가자. 이랴~ 윗골로 올라서서 바로가자, 이랴~”

▲ ‘홍천겨릿소 밭갈이소리 전승보존회’ 회원들이 겨릿소와 함께 한 모습. 오른쪽부터 전석순씨, 이부원씨, 전덕재씨, 전상범씨, 조성근 회장 등 홍천의 겨릿소 밭갈애비들.
전 옹의 아들 전상범(52) 문화활동가는 “4년째 겨릿소 밭갈이와 써래질 때마다 함께하고 있다”며 “전통문화는 순간이나 찰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도 필요하고 애정도 있어야 가능한 만큼 소중한 문화자산이다”라고 말했다.

홍천 겨리질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서울 노들섬에서 서울시민 전통모내기 체험행사에 초청받아 홍천겨릿소 전통써래질 시연을 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제27회 강원민속예술축제에 ‘겨릿소 화전밭갈이 농경’ 민속단으로 출전해 전석준씨가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성근 회장은 “홍천의 겨릿소 겨리질과 겨릿소리가 명맥이 끊이지 않고 잘 계승 보존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과 홍천 밭갈애비 어르신들이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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