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태백, 사북, 도계 로드무비

 속초, 태백, 사북, 도계, 부산 등으로 이어지는 로드무비 형식의 여정을 담은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극장가에 개봉된다.

영화의 제목만 보아도 충분히 독창적이면서도 고집스러운 영화 세계가 느껴지는 전수일 감독(동녘필름)의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 오는 6월 21일에 개봉한다.

이 영화는 지난 2005년 1월 25일부터 속초의 겨울바다 바람과 태백산 자락의 매서운 겨울 속에서 제작한 영화로 그동안 무슨 사연이 있길래 2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개봉되게 되어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키게 하는 영화다.

이번 작품은 전수일 감독의 전작인 <내 안에 부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와 함께 ‘시간과 기억의 3부작’으로 꼽히며 이전 작품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과 기억의 영역을 ‘역사’로까지 확장했다는 면에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왔던 영화다.

또한, 전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 이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그가 네번째 만드는 장편영화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독립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감독으로 한국 영화계에 자리가 매겨져 있다.

영화감독 김(안길강 주연)을 주인공으로 하여 마치 자신의 내면을 비추듯 고요하면서도 거침없이 어두운 과거의 기억과 고통스런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수일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3부작’을 마무리하며 관객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한층 기대가 모아진다.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혼란의 시공간

전 감독은 “<개와 늑대 사이의시간>의 제목은 해가 기울어 어둠이 어스름이 깔리는 해질 무렵의 시간, 이때는 아직 다 가시지 않은 낮의 밝음이 어슴푸레 내려앉는 어둠과 뒤섞여 저만치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시간을 뜻하는 말로 이처럼 어둠과 밝음, 낮과 밤이 혼재된 시간을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L’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이어 “누구든 이런 경험이 있을 거라며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지금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아니면 밤인지, 아침인지 분간이 잘 안가는 이 시간은 각성의 시간이고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에서 두 주인공을 통해 보여지는 희망과 두려움, 만남과 헤어짐, 생성과 소멸, 아름다움과 고통이 혼재된 모습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전체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영화감독인 김 감독(안길강 주연)이 은행의 빚 독촉 전화에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끊는다. 김 감독의 삶은 탈출구 없는 각박한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떠나기 위해 무작정 고향인 속초로 떠나는 그는 그 길 위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25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이기에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이 더 커진 여정 속에서 그는 고향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들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속초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영화(김선재 주연))를 보게 되고 잠시 영화와 눈이 마주치며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기 위해 두려운 여행을 계속하는 그녀에게 마음이 묘하게 끌리게 되는데...

속초의 민박집에서 우연히 영화를 다시 만난 김은 태백으로 동생을 찾으러 가는 영화를 무작정 따라 나서는 내용으로 뿌리를 잃은 한국인의 고립감과 상실감을 서정적인 화면에 담아냈다.

전 감독은 "속초는 내 고향이며 내 부모님께서 그렇듯 실향민이 많은 곳이고 태백도 상실과 고향의 이미지가 살아있는 곳"이라며 이 영화에 자전적 요소가 짙게 배어 있음을 밝혔다.

한편 올해 2월 8일 크랭크 업 한 전수일 감독의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는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몰락한 태백시 철암 탄광촌에서 광부의 가족 이야기를 독특한 탄광촌 겨울 영상과 함께 담아낸 영화로 현재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되어 있어 이에 거는 기대가 한층 더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