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정 커피공방터 대표
1. 뜸들이기
뜸들이기는 대단히 중요하고, 이 과정을 소홀히 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커피의 맛과 향을 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커피 추출 전에 뜸을 들이게 되면 표면장력과 커피가루팽창 및 탄산가스의 압력과 같은 반작용에 의해 물이 고르게 퍼지면서 뜸이 들어 원하는 커피의 성분을 추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뜸 들이는 과정 없이 커피를 추출하게 되면 수용성 성분이 충분히 용해될 시간이 없어 원치 않는 맛의 커피가 추출될 수 있다.
뜸들이기(infusion, prewetting)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목표가 있다.
첫째, 커피가루에 함유되어 있는 탄산가스와 공기를 빼주기 위한 것이다.
둘째, 물이 고르게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내주기 위한 것이다.
셋째,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분, 즉 좋은 맛과 향을 원활하게 추출해내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나와 커피가루가 많이 부풀어 오르면 그 커피가 신선하다는 것이고, 반대로 부풀어 오르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물은 커피가루 전체에 고르게 퍼지도록 부어주어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붓게 되면 전체적으로 퍼지지 못하고 물길이 생겨 그 물길을 따라 편중되게 추출되므로 다른 부분의 성분을 충분히 추출해 내지 못해 미완의 커피를 추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뜸들이는 시간은 대략 20~30초 정도가 적당하다.
뜸 들이는 시간이 너무 짧으면 커피 성분이 원활하게 용해되지 않아 싱거운 커피가 추출될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오래 뜸을 들이게 되면 쓴 맛 등 잡맛이 많이 추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물 주입 량
뜸들이기를 위한 물 주입량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서버에 커피 방울이 몇 방울 정도 똑똑 떨어지는 양이면 전체적으로 고르게 적셔지는 적당량이라고 생각된다.
물을 과하게 주입했을 경우, 커피가루를 적시고 난 물은 물길을 만들어 서버로 떨어지게 되고, 커피 성분이 고르게 추출되지 않고 편중되어 추출되고, 시간이 짧아져 과소추출(underextracted)되어 맛과 향이 약해진다. 반면 물을 부족하게 주입했을 경우, 커피가루를 고르게 적시지 못해 원활한 추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이 길어져 과다추출(overextracted)되어 텁텁한 맛 등 불필요한 맛까지 추출하게 된다.
3. 뜸 들이는 과정
뜸 들이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커피가루가 물을 흡수하게 되고, 수용성 성분이 물에 녹게 되어 추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뜸이 제대로 들어 활성화되어야만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분, 즉 맛과 향이 제대로 표현될 수 있다.
뜸을 들이는 방법도 다양한데, 일반화 되어 있는 뜸 들이는 방법으로 원을 그리며 뜸을 들이는 나선형법, 중앙을 중심으로 8개의 점을 찍어서 뜸을 들이는 8점법, 전체를 하나하나의 점으로 뜸을 들이는 점법, 이외에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개성 있게 뜸을 들이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이중에 나선형법이 대중화되어 있고, 편의성뿐만 아니라 맛을 구현하는 대도 적당한 방법인 듯하다. 그러나 가끔은 8점법이나 점법, 나만의 특별한 뜸들이기를 시도해 보는 것도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므로 권하고 싶다.
4. 잘 못된 뜸 유형
뜸을 잘 못 들이면 싱거운 커피가 추출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 물을 고르게 주입하지 않고 가장자리에 많이 주입하게 되는 경우 중앙에 있는 커피가루가 적셔지지 않은 부분이 생겨 싱거운 커피가 추출될 수 있다.
둘째, 페이퍼 필터에 직접 물이 닿는 경우 커피 층을 통과하지 않은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려 싱거운 커피가 추출될 수 있다.
또한 뜸을 잘 못 들이면 불균일한 커피가 추출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 물이 고르게 주입되지 않은 경우 커피가루가 충분히 적셔진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발생하여 서로 다른 맛을 내는 성분들이 섞임으로서 불균일한 커피가 추출될 수 있다.
둘째, 한쪽방향으로 물을 많이 주입한 경우 그 곳에 물길이 생겨 커피성분이 고루 추출 되지 않고, 한쪽 부분의 커피성분만 불균일하게 추출될 수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시작이 중요한 것처럼 커피추출의 시작은 뜸 들이기이므로 그 중요도는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