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국유림관리소,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오면 가장 신나는 건 아마도 아이들일 것이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과 가족· 친지들이 주실 용돈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 맘때가 되면 마음이 더욱 쓸쓸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홍천국유림관리소는 작년, 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홍천에 소재하고 있는 명동보육원을 찾았다. 겨우내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 줄 한가득 땔감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꿀떡, 휴지나 세제같은 생필품을 준비하였다.

 홍천토박이임에도 이 곳 보육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밝고 천진스러웠다. 원장님 부부와 아이들의 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푸근한 인상에 보육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선입견에 스스로가 낯이 뜨거워졌다. 순간 한 14년 전에 일이 생각이 났다.

 홍천군에서 보육원이나 편모· 편부 가장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일전망대 관광을 시켜주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도 그 대상 중 하나였는데, 당시 철이 없던 나는 보육원에서 온 아이들을 다소 경계의 대상으로 봤었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길인데다 차 타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지라 멀미를 심하게 했다.

 그 때 보육원에서 온 나보다 키 한 치는 더 큰 한 언니가 모든 뒤치다꺼리를 맡아주었다. 고마움 반, 부끄럼 반, 멀미를 핑계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헤어진 게 지금 생각해도 못내 아쉽다. 그 명랑하고 밝은 성격이 지금에 있는 아이들도 여전한 것 같아 참 다행스럽기만 하다.

 이번 추석에도 보육원을 찾는다기에 뭘 준비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선물은 뭐니뭐니해도 필요한 것을 받는 게 최고가 아닐까. 다행히 원장님도 생필품은 언제나 모자르다고 하신다. 그리고 추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송편.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떡을 과연 좋아할까 싶었는데, 원장님께서는 그래도 형형색색 무지개떡이랑 달콤한 꿀떡은 아이들도 좋아라 한다고 코치하신다. 그래서 모양비슷한 꿀떡으로 낙찰!!

 선물을 주러가는 날 아침. 팀장님은 아침부터 분주하시다. 전달한 땔감을 실으러 공익요원과 직원 몇을 대동하여 나가시고 난 장을 불 차비를 한다. 직원들끼리 모은 성금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물건으로 바꿔보니 이거 너무 초라한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성금은 말 그대로 성의가 우선인거니까 스스로를 위안한다.

 오후에 소장님과 직원 몇 명이서 보육원을 방문하였다. 얼마 안되는 선물이지만 감사히 받아주시는 원장님 부부와 보육원 선생님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선물전달과 기념사진 몇 장이 그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고작 생색내기 행사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밝은 웃음을 보니 안심이 된다.

 이런 방문이 명절 때만 일회성에 끝나지 말아야 한다고들 많이 한다. 정말 바라는 바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든 걸까.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 행동 실천하기가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리관리소 그리고 나부터도 더욱 꾸준한 손길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들도 지금처럼 밝고 명랑하게 자라주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얘들아~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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