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숲길, 나무향이 코 끝을 스칠 때.....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쫑알쫑알 재잘거리며 돌아다닐 것 같은 길이다.

나무숲 사이로 꿩의 새끼인 꺼병이 예닐곱 마리가 제 이름마냥 어설픈 모양으로 기웃기웃하다 후드득 내달려 도망쳐 간다.

이 길이 나의 매일 아침을 온 몸으로 맞아주는 출근길이라고 하면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현재 근무 중인 춘천국유림관리소에는 관사로 가는 길 가에 전나무와 잣나무 숲이 있다. 이 나무숲이 출근길 장관을 이뤄주고 있다.

대도시의 출근길 모습은 어떠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종종걸음으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옆에서 누가 넘어져도 다들 제 갈 길이 바쁘다. 인파속에서 겨우겨우 비집고 들어가 지하철을 타고, 만원버스 안에서 발을 밟혀 인상을 찌푸리고, 매연에 콜록거린다.

이런 모습으로 직장을 다녔었던 나로서는 지금의 출근길이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바로 나무숲 때문 아니겠는가. 시원한 바람이 나무 향을 담뿍 실어 코끝을 스칠 때는 자연과 일체됨을 느낀다.

굳이 테르펜이나 피톤치드의 우수한 항균·살균효과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의 몸은 숲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산림청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두의 출근길이 이처럼 아름다워질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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