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 네덜란드인에 의해 시작된 더치커피 추출기구
◇커피의 전파(2)

5) 이태리
1605년 로마 카톨릭 교회들은 이슬람권 문화인 커피가 성행하는 것을 종교적인 교리를 내세워 로마 교황인 클레멘트 8세(Pope Clement Ⅷ)에게 커피를 이교도가 마시는 악마의 음료(devil's drink)라 칭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을 금지시켜 줄 것을 탄원하게 된다. 그러나 클레멘트 8세도 사람인지라 향기로운 커피 맛에 감탄하며, 이교도만 마시기에는 너무 아까운 음료라 생각하게 된다.

이에 커피가 종교에 아무런 해가 없음을 선포하게 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고심 끝에 내놓게 된다. 그것이 바로 커피가 세례를 받게 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쨌거나 이를 통해서 커피가 이태리에서 보편화되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또한 1615년 베니스 상인에 의해 유럽 세계에 커피가 소개되면서 급속히 퍼져나가게 된다.

6) 네덜란드 → 실론,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덜란드 커피의 역사는 1616년 네덜란드 상인이 예멘 모카에서 커피 묘목을 몰래 훔쳐 들여와 암스테르담 식물원에 옮겨 심어 연구하기 시작한데서부터 비롯된다. 그 커피묘목은 성공적으로 이식되어 훗날 커피 번성의 길을 열게 되며, 주변 여러 국가로 전파된다.

1658년에는 지금의 인도 말라바르(Malabar)와 실론(Ceylon, 현, Sri Lanka)섬에서 커피 경작을 시작하게 된다. 1696년에는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의 자바(Java)섬으로 커피재배를 넓혀가게 된다. 또한 수마트라, 셀레베스, 발리 등 인도네시아 섬에까지 대규모 커피 농장을 조성하게 된다. 이에 비해 프랑스도 자국의 식민지에 커피를 재배하고자 하였으나 실패하고 만다.

이후 18C 초 프랑스는 네덜란드부터 커피나무를 선물 받게 된다. 1706년 자바에서 경작된 커피나무는 암스테르담 식물원을 통해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식물원으로 퍼지게 되고, 네덜란드 식민지는 유럽의 주요 커피 공급처가 된다. 1715년에는 네덜란드인이 가이아나(Guyana)에 커피나무를 심음으로써 아메리카에 커피나무가 최초 전파되었으며, 그 후 그 곳에 커피나무가 재배되었다. 1740년에는 자바에서 필리핀 지역으로까지 커피가 전파되어 재배되기 시작한다.

7) 영국
1650년에 유태인 야곱이 영국에서 최초로 옥스퍼드에 커피하우스의 문을 열고, 1652년에는 파스콰 로제(Pasqua Rosee)가 런던에서 최초의 커피하우스의 문을 열게 된다. 커피하우스는 종종 부유한 단골 고객들의 열띤 토론장이 되기도 했고, 그 일부는 오늘날 금융기관의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 1676년 영국의 찰스 2세(Charles II)는 커피하우스가 음모와 모함, 혁명의 온상이라는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모든 커피하우스를 폐쇄한다는 선포를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 선포는 일반 대중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발효되기도 전에 불과 몇 일만에 철회되고,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더욱 융성해지는 계기가 된다.

또한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요, 악마의 음료라는 종교적 박해를 극복해 냈고, 남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커피하우스에 머물게 되면서 남편을 빼앗기고 있다는 부인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커피 애호가들의 인기를 차지했다.

8) 프랑스 → 콜롬비아, 브라질
영국에 비해 30여년 뒤진 1686년에 프로코피오(Procopio dei Colteli)가 파리에 최초의 커피하우스인 카페 프로코프(Cafde Procope)를 오픈한다. 그 후 커피나무가 프랑스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1713년 프랑스와 영국간의 식민지 쟁탈전을 종식하고 평화를 찾자는 평화조약인 유트레히트 조약이 체결되면서부터이다.

그 기념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으로부터 루이(Louis le Grand Monarque) 14세는 커피 묘목을 선물 받아 파리 식물원에 심게 된다. 그 커피 묘목은 훗날 카리브해를 거쳐 남미로 전파되어 오늘날 커피대국을 탄생시킨 시발점이 된다.

1723년에는 카리브해의 프랑스 식민지인 서인도 제도의 마르티니크(Martinique)섬에 근무하던 젊은 해군장교 끌리외(Gabriel Mathieu de Clieu)에 의해 커피사에 기리 남을 모험극이 벌어진다. 커피나무에 유난히 관심이 많던 그는 휴가차 파리에 왔다가 감히 파리 식물원에 잠입하여 커피나무 묘목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곧 파리를 떠나 심한 역경을 견디어 내면서 결국 마르티니크 섬에 도착한다. 항해 중에 마실 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 물을 커피나무에 주면서 정성을 쏟는다. 이렇게 이곳에서 어렵게 시작이 된 커피는 1718년 당시 프랑스령 가이아나로 전파되게 된다. 그 과정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사랑이야기가 숨어 있다.

가이아나의 총독부인은 미남계에 빠져 매력적인 스페인 연대장인 팔레타(Francisco de Melo Palheta)에게 화려한 꽃다발 속에 커피묘목을 숨겨 선물하게 되고, 그 커피나무는 결국 콜롬비아에 뿌리를 내리고 브라질로 퍼지게 된다. 1825년 브라질에서 번성한 커피는 다시 하와이로 전파가 된다.

※알고 갑시다!
커피저축 상품 :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로보뱅크가 2007년 내놓은 상품으로 연이율 3%에 해당하는 이자를 커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저축상품은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및 남미 커피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1계좌당 950유로(약 140만원)를 저축할 경우 한 해에 250g짜리 12봉지 분량의 에티오피아, 페루, 온두라스산 커피를 받게 된다고 한다.

(글=김명섭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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