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 터키식 커피 추출기구 이브리(Ibrik)

◇커피의 전파(1)
에티오피아 → 예멘 → 터키 → 유럽 → 인도 → 이태리 → 네덜란드 → 실론 → 인도네시아 → 영국 → 프랑스 → 마르티니크 → 기아나 → 콜롬비아 → 브라질

1) 에티오피아 → 예멘
모든 것이 그렇듯, 커피도 처음 마시기 시작할 당시에는 야생생태의 커피열매를 그대로 날것으로 먹었다. 점차 삶아서 그 물을 마시게 되었고, 달여서 약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콩을 볶아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3C경으로 산에 불이 났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은 매혹적인 어떤 향기에 취하게 되고, 그 향의 원인이 불에 탄 커피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커피에 대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초기에는 커피가 다른 나라로 전파되는 것을 막고,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간직하고 즐기기 위해 외유를 할 때는 종자가 발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공을 하여 휴대하였다. 그러던 커피가 오늘날 전 세계인의 가장 사랑받는 기호식품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런 원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커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 그 전파 경로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그러나 커피가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전파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커피 관계자들은 대략 6세기를 전후하여 당시 강국이었던 아비시니아(Abyssinia, 현, Ethiopia)가 Arabia 남쪽 지방(현, Yemen)을 공격하면서, 그 쪽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이 최초의 전파 경로로 추측하고 있다. 그 결과 야생의 커피가 예멘에서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커피의 역사도 알고 보면 침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 터키
처음에 커피는 종교적으로 그 가치를 발휘하였다. 첫째는 이슬람(Islam)의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 수도승들이 밤새 기도를 할 때 잠을 쫓아내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각성제의 효과로 활용되었고, 둘째는 긴 수도 기간 동안 고행을 이겨내고 생활의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신비한 명약의 개념으로 활용되었다.

아마 그 이유가 이슬람 세계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승화시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나 싶다. 커피의 마력은 커피가 있는 곳에는 항상 위안과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슬람의 세력이 확대됨에 따라 이슬람교가 전파되었고, 그 곳에는 어김없이 커피도 같이 전파되었다. 그러나 외국으로의 밀반출되는 것을 염려하여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는 아프리카를 거쳐 지중해, 중남미,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대륙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이처럼 종교적으로 마시던 커피가 14C경에 이르러 중동을 지배하던 이슬람 왕조인 Osman 제국(현, Turkey)에 커피가 소개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기호음료로 자리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1517년 오스만 제국의 Selim I세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현, Istanbul)에 커피를 소개하게 되고, 그 후 커피가 전파되어 커피 하우스가 오픈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 당시 터키는 남편이 아내를 위해 하루 커피 할당량을 준비하지 못 한다면 여성들에게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제정하였다고 한다.

3) 유럽
와인이 기독교 문화와 함께 성장해 왔다면, 커피는 이슬람 문화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커피가 기독교 문화와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십자군원정 때이다. 11C부터 13C까지 감행된 중세 서유럽의 로마 카톨릭 국가들이 십자군을 조직해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대항하여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이슬람 세계로 8차례의 원정을 떠난다.

이때 십자군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이슬람 세계에서 향기롭고 맛있는 커피와 접하게 되면서, 유럽에 커피가 전해지지만 순조롭게 이교도의 음료를 즐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개방화, 문명화되어 가면서 이교도인 이슬람의 음료를 자유롭게 즐길 수는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4) 인도
14C말인 고려 말 원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붓 뚜껑에 10여개의 목화씨앗을 숨겨 들여온 문익점의 비화가 연상되는 일이 커피사에도 있었다. 커피를 처음으로 이슬람권 밖으로 가지고 나온 사람이 바로 바바 부단(Baba Budan)인데, 그는 인도출신 이슬람 승려로 성지 메카(Mecca)에 도착하여 말로만 듣던 커피를 마시게 된다. 그는 17C경 성지 순례를 마치고 몇 알의 커피 씨앗을 인도로 들여와 인도 남부 마이소르(Mysore)지방의 산에 심어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그 후 그곳은 ‘바바 부단’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또한 그 야산에서는 커피나무가 활발하게 재배되고, 인도 전역으로 퍼졌으며, 또한 인도와 무역을 하던 유럽 식민지 국가들에까지 커피경작이 확대되었다.


<본 칼럼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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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길, 2005, 미스터커피 SIC 출판부
김경옥 저, 커피와 차, 2005, 교문사
김라합 역, 커피향기, 2006, 웅진지식하우스
김영식 저, 에스프레소, 2006, 서울꼬뮨
김윤태 외 공저, 커피학개론, 2010, 광문각
문준웅 저, 커피와 차, 2004, 현암사
Perfect Espresso, 2008, 아이비라인
박상희 저, 커피홀릭‘s 노트, 2008, 예담
박종만 저, 커피기행, 2007, 효형출판
변광인 외 공저, Espresso : theory & business, 2008, 백산출판사
서현정 역,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2006, 대교베텔스만
여동안 외 공저, Coffee, 2004, 가각본
원융희 저, 커피이야기, 1999, 학문사
유대준 저, 커피인사이드, 2009, Haemil
이영민 저, Latte Art, 2006, 아이비라인

(글=김명섭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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