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보홀 커피농장에서 Jin 매니저와 기념촬영

오늘은 지난 1월 필리핀 보홀(Bohol) 커피농장에서 체험한 따끈따끈한 커피소리를 전할까 합니다. 먼저 전화 한 통화로 흔쾌히 커피농장을 방문할 기회를 주신 야미니샘(PP coffee school)의 친절함과 배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필자가 방문한 곳은 야미니샘 가족이 수년전부터 일구어 온 운치 있고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연 친화적인 필리핀 현지 커피농장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방에서 울어대던 벌레소리와 지붕에 부딪쳐 빗소리를 연상케 하는 야자수소리가 새록새록 떠올라 농장에서 지낸 하루 밤이 그립기만 합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세부(Cebu) 숙소에서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여 택시를 타고 세부 pier3항에 도착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보홀, 뚜비건(Tubigon)행 티켓을 구입하여 낡고 허름한 배에 올랐다. 배는 1, 2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은 여행객을 위한 공간으로 거의 승객이 없었다. 2층에는 현지인들과 관광객이 섞여있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배를 타고 약 2시간 정도의 짧고 즐거운 항해로 뚜비건 항구에 도착하였다. 뚜비건에서 약 5분정도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인 트라이씨클(tricycle)을 이용하여 우리가 아는 승합차인 비하이어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거기에서 다시 비하이어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달려 딸리본(Talibon)에 도착하자, 피피커피의 레아샘과 진매니저가 나를 반겨 주었다. 처음 대하는 사람들이다. 어색하기도 하련만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그린망고(green mango) 주스에 필리핀식 점심식사를 하고, 쇼핑센터에 들려 와인 등 약간의 먹을 것을 준비하여, 또 다른 트라이씨클을 타고 약 30분정도를 달려 목적지인 커피농장에 도착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커피 꽃이 피어있고, 열매가 익어가고 있는 커피농장으로 갔다. 나무에 달려 있는 커피 꽃과 커피 체리를 즐기고 약간의 꽃을 채집하고 체리를 수확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알란(현지인)이 커피를 정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인 것이다.

그가 작업하고 있던 커피는 야생에서 수확한 커피였고, 더 놀란 것은 그 옆에 야생에서 사향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배설한 것을 수거해 온 소위 루왁커피*라는 것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루왁커피를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곧 알란이 하는 커피 정제작업에 슬며시 끼어들어 내 몫을 하기 시작했다. 생생한 현장 체험을 한 소중한 기회였다.

당시 현장에서 체험한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열려 상품화되기까지의 커피의 정제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커피 체리를 은행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은행 알은 하나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커피 생두는 체리하나에서 세 개까지 알이 들어있다.

하나 있는 것을 피베리(peaberry) 또는 펄커피(pearl coffee), 둘 있는 것을 플랫빈(flat bean), 셋 있는 것을 트라이앵귤러빈(triangular bean)이라 한다. 은행과 비교해서 가장 바깥부분을 외피(outer skin), 그 안쪽을 과육(pulp)이라 한다.

외피와 과육을 제거하면 딱딱한 알맹이가 나오는데 그 것을 커피에선 파치먼트(parchment)라 부른다. 파치먼트 상태로 건조한 후 파치먼트를 제거하면 은피(silver skin) 상태의 생두(green bean)가 나오게 된다. 그 생두를 배전(roasting)하면 은피가 제거되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원두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사진 참고).

(위 사진 자료는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PP Coffee School 제공)

*알고 갑시다!
Kopi Luwak : Luwak은 사향고양이를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루왁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고 생두상태로 배설하면 그걸 수거하여 세척한 다음 제품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는 가장 잘 익고 좋은 품질의 커피 열매만을 골라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야생 루왁커피를 보니 그 커피 생두는 크고 고른 품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화과정에서 체리의 외피(outer skin)와 과육(pulp)은 소화가 되고 파치먼트(parchment) 상태의 생두가 배설물과 함께 배설된다. 그 걸 깨끗이 정제하고 파치먼트를 제거하여 잘 말리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생두(green bean)가 나타나게 된다.

그 맛은 체리가 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쓴맛 성분과 떫은 맛 성분은 줄어들고 독특한 맛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향이 살아나게 된다. 대략 연간 500~600kg 정도가 상품화되어 생산되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일 것이다.

(글=김명섭 한림성심대학 관광영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