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남양소방파출소 김헌용씨

삼척 남양소방파출소 김헌용씨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하고 접었던 소매를 내리게 한다. 앞뜰에선 가을을 지나 겨울을 알리는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에 울려 퍼진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다들 겨울을 준비한다. 월동 준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김장 담구는 아낙네들의 이야기 소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창문을 흔들어 새벽 단잠을 깨우는 불청객 바람, 찹쌀떡과 메밀묵 파는 겨울 아저씨의 우렁찬 소리가 저 먼 곳에서 점점 더 가까이 들리는 것 같다.
이제는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김장만 담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들 가족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월동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화재로부터 가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그 다음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를 비치하여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화재발생통계를 살펴보면 주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택에 정작 있어야 할 소화기가 없는 것이 현 실이다. 화재발생초기 소화기 한대의 위력은 소방차 3대분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마다 소화기의 비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소화기를 개인이 구입하여도 되지만 집들이나 특별한 날에 소화기를 선물로 준비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에 선물 받은 소화기로 그 가정에 발생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여 집안에 있던 어린 생명을 구하였다면 이 보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오년 전 설날준비를 하다가 부주의로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불이 나서 모두들 우왕좌왕 할 때 나는 외출을 마치고 집에 막 들어오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집안에서 벌어진 것 같아 급히 뛰어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 불이 난 것이 아닌가!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 설날 직전에 선물로 받은 소화기가 생각났다. 식탁 밑에 있는 소화기로 재빨리 불을 껐다. 만약에 집에 소화기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 보면 좋은 명절날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 졌을 것이다.

나의 경험담을 늘어놓은 이유는 아직도 소화기가 없는 가정에서는 빨리 소화기를 한대씩 마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소화기를 마련하는 방법은 각 지역마다 소방 설비 업체라든지 아니면 대형마트 또는 소매점등이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구입 할 수도 있다.

소화기를 마련하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화기의 위치와 사용방법, 관리요령을 알고 있어야 한다. 소화기의 위치는 가족모두가 쉽게 볼 수 있는 습기가 없는 곳에 두고, 소화기의 관리는 소화기의 압력이 적정하게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며, 소화기 안의 소화약제는 굳지 않게 한달에 한 두 번씩 거꾸로 흔들어 주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였을 경우 소화기의 사용방법은 먼저 바람을 등지고 안전핀을 뽑은 다음 손잡이를 꽉 쥐고 노즐을 불이 난 곳으로 향하여 빗자루로 쓸 듯이 불을 끄면 된다.

“당신의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내일이다”라는 말처럼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소중한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지킴이 소화기』를 모든 가정마다 한대씩 꼭 구입하여 안전하고 포근한 겨울을 보내기를 바라며 올 겨울 월동준비는 소화기 비치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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