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과 731부대

2005년 7월 24일 삼복 무더위를 뒤로 한 채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늦은 9시 하얼빈행 비행기에서 2시간 후면 도착할 중국대륙에 대한 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으려는 욕심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중국 비행기의 초라한 모습에 조금의 실망은 중국을 찾은 나의 흥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얼빈 국제공항은 바닷속 깊은 어둠속에서 조개가 진주를 품어 안듯 조용히 우리를 맞이했다.

중국 공안의 위압감에 조금은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입국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 한달여를 달릴 중국 영토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얼빈- 문화, 경제 중심지...급속한 공업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2시간여 날아 도착한 하얼빈은 한국보다 1시간이 느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호텔로 이동해 중국에서의 첫날밤을 지냈다.

하얼빈은 흑룡강성의 제일 중심지로 80년 이후 공업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중국 5대도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얼빈은 중국이나 한국, 러시아, 일본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한국의 역사를 볼 때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항일운동의 새로운 기폭제를 만들었을 뿐만아니라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저격은 중국인의 항일운동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혁명에 가까운 역사적 사실로 자리잡고 있다.

또 100년전 러시아인에 의해 조성된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을 뿐아니라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경제 문화 도시로서의 기능을 살린 현대식 건축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하얼빈은 3국의 문화, 경제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신도시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신흥 개발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급속한 공업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환경오염이다.

급속한 공업화는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로인해 나타나고 있는 공해문제는 다음 세대의 숙제로 남게 됐다.

대기오염은 물론 물, 교통, 이기주의 등 인간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이 오히려 골칫거리로 남게 된 현실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개발국이 갖고 있는 공통된 문제거리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빠른 공업화로 인해 다양한 문화와 첨단기기 등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들의 갖고 있는 고민들은 아마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업화에 따르면 환경오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물론 현재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에 따른 경제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취업과 경제활동은 한국에서도 큰 골칫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얼빈의 공업화는 한국이 걸어왔던 공업화의 그다지 다르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은 군사정권에 의해 진행됐고 중국은 사회주의 사상에 따른 공산당의 집권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예이다.

중국지식인들은 공업화에 따른 부작용을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새마을 운동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것으로 한국인의 끈기와 긍지가 만들어낸 경제발전 운동의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새마을 운동이 중국과 같이 크고 다민족이 모여 이룬 국가에서도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중국인이 갖고 있는 만만디는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과 대기오염에 적신호를 켜기에 충분하다.현재 중국 몽골지역의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속도로 진행되면 향후 30년안에 중국대륙 절반이 사막이 된다고 한다.

이에 중국정부는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 예산의 일부를 환경정책에 투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민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중국의 환경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중앙에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다고 해도 얼마만의 시간이 소요될 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중국의 환경문제는 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니 만큼 여기서는 얘기하지 않기도 한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고 내일을 대비하라

하얼빈은 역사적 위치, 경제적 위치, 문화적 위치 등 모든 것들에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특히 역사에 있어서 세계인에게 전율을 일으킨 일본의 731부대에서 연구된 생체시험, 일명 마루타(나무)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지옥이었다.

731부대는 현재 중국 학생들의 견학지 뿐아니라 내외국인의 관광지로 이용되고 있다. 731부대 정문을 거쳐 현관에 들어서면 “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후일을 대비하라”는 글귀가 있다.

‘힘이 없어 받은 치욕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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